발주처는 무시하고 특정제품·규격 구매강요 잇달아

독점 납품업체 횡포에다 제품대체 힘들어 피해 급증

특정상표 또는 특정규격·모델을 지정할 수 없도록 하고, 동등 이상의 물품을 납품할 수 있도록 한 입찰관련 정부기준 조항이 사문화될 처지에 놓였다.

최근 업계에 따르면 공사를 발주하면서 공사자재로 특정제품이나 모델을 설계에 명시, 납품이나 설치를 요구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제품의 사이즈나 기능 등을 구체적으로 못 박아 대체품이 없도록 만드는 경우도 있다.

업체가 사전에 내역서 등을 검토해 단가 등을 맞춰 입찰해야 하지만 짧은 입찰기간과 현장설명이 생략되는 경우도 많아 낙찰 이후에 이 같은 사실을 발견하고 비용을 추가로 부담해야 하는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

특히 발주기관과 자재 납품업체 간에 사전 조정단계가 없이 낙찰업체가 독점 납품업체를 직접 상대해야 해 가격이나 납품기한, 대금결제 등 각종 조건을 납품업체가 요구하는 대로 맞춰줘야 하는 경우도 많다는 전언이다.

시공업체가 이에 반발해 동등이상 품질의 다른 제품으로 대체 공급하겠다고 주장해도 이마저도 녹록지 않은 실정이다. 발주기관이 갖가지 이유를 들어 이를 기피하거나, 자재 변경시 다시 심의를 받도록 돼 있어 공사기간에 쫓겨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국가계약법 회계예규 ‘정부 입찰·계약 집행기준’에서는 물품의 제조·구매 입찰시 부당하게 특정상표 또는 특정규격 또는 모델을 지정해 입찰에 부치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더불어 동등 품질 이상의 물품을 납품한 경우 특정상표 또는 모델이 아니라는 이유로 발주자가 납품을 거부하지 못하게 돼있지만 무시되거나 무력화되고 있는 것이다.

업체들은 다수공급자계약제도(마스)가 활성화되면서 빚어지는 폐단으로 풀이하고 있다.

한 업체 관계자는 “독과점적인 자재여야지 오히려 영업하기 쉬운 곳이 마스다”며 “공사를 물품구매로 발주토록 야기하는 ‘현장설치도’와 함께 또 다른 부작용으로 나타나고 있는 만큼 대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광주신문  gjilbo200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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