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호공사 전문건설업체 A사는 창호제품이 공사용자재 직접구매제도 대상품목에 포함돼 기대가 컸다. 대기업과의 경쟁을 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기대와는 달리 여전히 대기업 브랜드에 대한 선호는 여전하고, 그나마 공급낙찰을 받더라도 설치공사는 포함시키면서도 공사비용에 포함해야 하는 4대 보험료 등 간접비용은 누락되기 일쑤다.

덩달아 설치공사로 발주되던 물량들마저 물품구매로 돌려지면서 공사물량이 기존에 비해 줄어드는 느낌을 받고 있어 실망이 커지고 있다.

공사용자재 직접구매제도 시행에 따른 중소건설업체인 전문건설업체들의 피해가 매출액 급락을 불러온 것은 물론 제도 부작용에 따른 제조업체들과의 갈등이 고조되는 등 심각해지고 있다.

대한전문건설협회(코스카) 중앙회(회장 표재석)는 최근 중소기업청에 “영세한 전문건설업체들이 주로 시공하고 있는 10억원미만 소규모 전문공사에 대해서는 공사용자재의 직접구매 적용대상에서 제외 등을 ‘간곡히’ 건의한다”며 적극 반영해 주기 바란다는 건의서를 제출했다.

코스카가 중기청에 공사용자재 직접구매제도 개선을 건의한 것은 지난 2010년 8월에 이어 이번이 두 번째다.

2009년 5월 제도 강화 이후 1년간의 시행결과를 바탕으로 문제점을 제기한 첫 번째 건의와는 달리 이번 건의는 문제가 줄어들기는커녕 오히려 제도가 전문건설업체들의 생존을 위협하는 수준에 이르렀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코스카는 건의서에서 “공사용자재 직접구매제도가 중소 제조업과 건설업간 윈윈(Win-Win)보다는 중소 제조업만을 위한 제도로 운용됨에 따라 건설경기 장기침체와 각종 불공정 행위에 시달리는 중소 전문건설업체를 더욱 힘들게 하고 있다”며 업계의 어려운 실상을 전했다.

우선 공사용자재 직접구매제도로 전문건설업체의 매출액이 급락한 문제다. 10억원 미만 공사는 중소 전문건설업체가 주로 시공하는 영역인데 제도가 3억원 이상 공사에 적용됨에 따라 자재 분리발주로 막대한 매출감소가 이뤄져 생존기반까지 위협하고 있다.

코스카 분석에 따르면 2012년 기준 전문건설업체의 업체당 평균 계약실적(원도급)은 4억5000만원에 불과하다. 이 가운데 평균적으로 자재비가 30% 정도 차지하는데 이를 분리발주함에 따라 간접비를 포함해 공사비의 31.5%가 감액돼 업체당 매출은 3억800만원으로 쪼그라들게 된다.

더욱이 전문공사 가운데 3억~10억원 미만 건수는 전체의 1.6%(3711건)에 불과하지만 금액은 20%(1조5458억원)를 차지해 업계 전체에 충격을 주고 있다. 이와 함께 건설공사의 효율적인 수행을 방해하는 등 수많은 문제점들도 야기하고 있다. 코스카에 접수되고 있는 관련 각종 민원들이 업체들이 겪는 어려움을 고스란히 대변해주고 있다.

자재납품 지연으로 공기 내 준공에 곤란을 겪은 것은 물론 자재금액 감액과 부대비용을 계상해주지 않아 제경비 및 실적, 이윤이 감소해 업체의 손해율이 500%에 육박한 경우도 있고, 발주기관이 직접구매 업무를 떠넘겨 업무가 크게 증가한 사례도 있다.

또 자재의 납기지연 및 기납된 자재의 관리로 비용 부담이 늘었지만 계상받지 못하거나, 설계상에 관급자재 수량이 누락돼 설계변경을 통해 이중구매 하느라 시간과 비용이 늘거나, 자재공급업체에 설치를 맡긴 현장에서 설치가 늦어지는데 따른 공기연장 투입비를 전문건설업체에게 부담시키기도 했다.

자재납품업체와 시공업체 간 하자원인을 둘러싼 분쟁야기, 설계변경 등 상황 변동시 이미 구매된 자재의 무용지물화, 자재 재발주에 따른 공사비 증가 및 재납품에 따른 공기지연, 지연배상 등 다양한 문제들이 속출하고 있다.

공사용자재 직접구매제도는 정부의 중소기업 육성정책의 불균형으로 산업간 균형성장을 저해하고 갈등을 초래하는 원인으로도 지적되고 있다. 제도가 중소 제조업 위주로 추진돼 중소 건설업체에 대한 상대적 불평등을 야기, 제조업체와 갈등을 유발하는 것은 물론 정부정책에 대한 불신을 초래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자분쟁이나 설치공사를 포함한 자재발주에 따른 건설업역 침해가 대표적인 사례다. 더욱이 설치부문을 물품구매로 발주할 경우 정상적인 공사원가계산이 안돼 4대보험료, 안전관리비 등 간접비용이 제외돼 공사비가 부족해지고, 건설업자가 시공을 하더라도 발주자의 기피로 시공실적 증명을 받기도 어려운 등 3중고를 발생시킨다.

지난해 초 한국토지주택공사(LH) 토지주택연구원도 ‘중소기업 공사용자재의 직접구매제도 적용현황 및 문제점 분석’ 보고서에서 수급업체 입장에서 △시공자 재량권 제한 △일괄입찰방식 공사 적용에 대한 유연성 부족 △공정 지연 등을 매우 심각한 문제로, △하자 책임소재 불명확 △자재 품질 및 납기상의 문제 △현장 작업상의 어려움 △현장 내 주체 간의 협력체계 미흡 등을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한 바 있다.

코스카는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제도개선이 필요하며 △중소 전문업체의 주된 시공영역인 10억원 미만 공사를 적용에서 제외하고 △적용금액 기준을 추정가격으로 통일하며 △임의적용 대상공사에 대한 규정을 삭제하고 △분쟁 품목을 직접구매 대상에서 제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광주신문  gjilbo200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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