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기운이 다가온 듯 하더니 꽃샘 추위가 마지막 겨울의 한기를 우리에게 전달해 주고 있다. 오늘은 필자가 존경하는 한 분에 대한 이야기로 시작하려 한다.

필자는 우연한 기회로 1995년에 그 분을 처음 만나게 되었다. 장애인이라는 사실이 믿기지 않을 만큼 밝고 활기에 찬 첫 인상이 기억에 남아 있다. 개인적으로는 해외에서 공부해 보고 싶다는 막연한 꿈을 갖고 있었던 필자에게 그 꿈이 실현될 수 있도록 길을 열어 주신 분이 강영우 박사이다. 오늘은 강영우 박사가 보여 준 진정한 리더쉽에 대해서 생각해 보고자 한다.

첫 번째는 아픔에 동참하는 마음이다. 진정한 리더가 되기 위해서는 다른 사람의 아픔을 이해하고 동참할 수 있는 마음과 실천이 중요하다. 언론인이자 시인인 에릭 호퍼는 봉사와 지도력의 기본 자질인 “동정-측은히 여기는 마음”은 선과 악을 초월해서 존재하는 인간의 순수한 마음이며 영혼의 “치유재”라고 했고 용기, 충성, 신앙 등 대부분 인간의 고귀한 가치는 때에 따라서는 잔인한 행동을 유발하지만 “동정”만은 유일하게 잔인한 행동을 유발하지 않는 순수한 마음이라고 했다. 이점을 강영우 박사도 항상 강조하였고 이러한 점에서 그를 찾는 어떤 사람과 어떤 곳에도 달려가 위로와 기쁨을 전달해 주셨다. 강박사가 갖고 있는 시각장애는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았다. 행복과 기쁨에 가득 찬 목소리로 항상 어려운 사람들께 달려가 그들을 위로해주고 달래주었다.

두번째는 봉사하는 마음이다. 참된 지도자는 섬기고 봉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기에 지도자의 자질에는 봉사하는데 필요한 고통을 나누는 마음이 기본이 되어야 한다. 이제 우리 사회도 많은 변화가 있어야 할 것이다. 그 중 리더가 갖추어야 할 자질도 용기, 도전정신, 근면, 성실 등 일반적으로 강조되어 왔던 것들뿐만 아니라 그 동안 돌아 보지 못했던 새로운 리더쉽의 조건을 찾아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 그 중 하나가 봉사하는 마음이라고 생각한다. 봉사를 통해서 자기 희생을 실천할 수 있으며 이것이야 말로 새로운 시대의 리더가 갖추어야 할 필수 조건이 될 것이다. 대부분의 리더들의 기본적인 생각은 먼저 조직의 이익이라는 눈앞의 문제에만 매달려 있다. 그리고 봉사는 은퇴 후에 할 계획 정도로 갖고 있다. 이 또한 당연한 것이다. 그렇지만 어렵더라도 평소에 봉사하는 마음을 갖고 실천한다면 본인의 리더쉽은 더욱 커질 것이다. 강영우 박사는 미국과 우리나라를 비롯한 세계각국의 장애인 정책 자문에 대한 수많은 요청을 받았지만 한번도 거절하지 않았다. 장애인 이라는 이유로 박사학위 후에 지원했던 대학으로부터 교수 임용을 거부 받았고 장학금을 받고 외국 유학을 갈 때에도 여권발급을 허가 하지 않았던 본인의 조국을 위해 끝까지 봉사의 길을 걸었다.

세 번째는 실천이다. 봉사와 아픔에 동참하는 마음이 있을 때에 이를 실천하기 위한 행동이 그것이다. 바쁜 일정 속에 경영을 위한 수많은 의사 결정을 위한 시간도 부족한데 어떻게 봉사와 남을 위한 행동에 동참을 할 수 있는 시간을 낼 수 있을까? 하지만 새로운 시대는 이러한 리더를 요구 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새로운 리더가 되기 원한다면 이러한 봉사와 사랑의 실천에 많은 시간을 보내야 한다. 이를 통해서 상대방의 아픔을 이해하고 헤아릴 수 있는 섬김의 리더쉽이 갖추어 질 수 있다. 강박사도 본인의 힘든 역경 속에서 항상 세계와 지역사회를 위해 봉사하는 실천을 보였으며 세계 장애인들의 인권을 위하여 어느 곳이든 달려가 그들을 위해 항변하고 봉사하고 기부하였다. 이러한 실천을 위해서 본인의 시각 장애는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았다.

네 번째는 세계적인 영향력과 네트워크이다. 이제 우리의 무대는 국내가 아니다. 세계를 위하여 뛰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 리더들은 세계적인 영향력과 네트워크를 키워야만 한다. 세계적인 영향력과 네트워크는 하루 아침에 이루어 질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단편적이고 단기적으로 해외의 전문가가 되고 네트워크를 확대하려고 한다면 둘 중 아무것도 이룰 수가 없다. 진정으로 한 국가에 영향력과 전문가가 되기 위해서는 많은 노력과 시간을 쏟아야 한다. 강박사의 세계적인 영향력도 그냥 이루어진 것이 아니다. 본인의 능력과 뜻을 알리기 위해서 항상 노력했고 그 노력은 꾸준하고 계속적이었다. 이를 통해서 결국 세계의 지도자들과 만남을 가질 수 있었고 이 인연의 끝이 계속될 수 있도록 항상 애쓰고 노력하였다.

다섯 번째는 가정에 소홀하지 않는 리더이다. 많은 리더들은 항상 가정에 소홀한 것이 미안하다는 말을 하곤 한다. 앞으로 나올 리더들은 먼저 가정에서 존경 받는 리더가 되어야 한다. 그렇지 못하면 사회에서의 리더가 될 수 없다. 이제 세상은 휴대기기의 발달로 인해 점차 더 개인화 되고 있다. 이런 시대일수록 대화와 사랑의 실천을 통해 가정의 행복을 이루어야 한다. 결국 가정에서의 바른 교육을 통해서 바른 정신과 윤리의식을 가진 리더가 나올 수 있다. 가정의 성공을 통해서 진정한 리더가 나올 수 있는 것이다. 강박사는 대화와 사랑을 통해 행복과 꿈이 있는 가정을 이루었다.

이러한 다섯 가지의 중요한 리더쉽을 몸소 보여 준 전 백악관 차관보 강영우 박사가 지난 2월 23일에 췌장암으로 별세했다. 별세하기 바로 직전까지 조국에서 요청하는 모든 초청과 인터뷰에 기쁨과 감사로 응하였으며 마지막까지 강연하던 그 목소리에는 여전히 행복이 가득해 있었다. 14살에 사고로 시각 장애인이 되었지만 결코 좌절하지 않고 더 좋은 세상을 만들겠다는 꿈을 갖고 실천 하였으며 마지막까지 조국과 세계를 위해서 봉사한 글로벌 리더 강영우 박사를 추모하면서 “이 시대에 미래를 책임질 우리의 리더는 어떤 사람이어야 하는가?” 라는 질문을 모두에게 던져 본다.

광주신문  gjilbo200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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