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많은 인명과 재산 피해를 남긴 6.25가 66주기를 맞이한다. 그 상처는 지금도 보훈병원에 누워 있는 노병들의 모습에서, 깊게 패인 참전용사들의 주름살에서, 휠체어에 몸을 의지하는 상이용사의 모습에서 실감된다. 그럼에도 세월이 흐를수록 시대적 흐름이나 사회적 이슈에 가려 6.25가 잊어진 전쟁으로 멀어지고 있음에 씁쓸함을 금할 길 없다.

6.25 3년의 전쟁에서 대한민국 국군 15만여 명이 전사하였다. 6.25전장에서 피 흘려 조국을 지키다 살아남은 참전용사들은 현재 18만여 명이다. 이들은 이제 80대 후반이나 90세를 넘긴 고령이 되었다. 참전용사들은 대한민국의 자유를 지켜냈고 경제성장의 부싯돌 역할을 했다. 그들의 희생이 있었기에 오늘의 우리가 자유를 누리며 세계경제 10위권으로 도약할 수 있었다.

정부는 3만 불 시대를 눈앞에 둔 국력이면 이들의 희생에 걸 맞는 예우를 해야 함에도 한 달 20만원으로 할 일 다 했다고 생각하고 있다. 정치권은 당리당략에 따라 시루에 편승하는 민주화 명목의 희생자 보상에만 눈을 돌렸다. 참전수당 매년 1, 2만원 올려주면서 소속 정당의 업적인 냥 골목골목 현수막을 걸어놓고 공치사가 하늘을 찌른다. 민주화운동, 광주5.18, 제주4.3, 세월호 희생자에게는 수십억을 보상하고 다달이 몇 십, 몇 백 만원을 주는 특별법을 만들면서 말이다.

이것이 세계 10위권 나라인 대한민국의 보훈정책이다. 올림픽을 열고 월드컵을 개최한 국가, 유엔 사무총장을 배출한 나라, 세계 G20정상회의를 주최하여 세계 중심국으로 부상했다며 자랑하는 대한민국의 참전용사들은 차라리 전쟁터에서 죽지 못한 것을 부끄러워하고 있다.

결국 이 나라 대한민국의 보훈정책은 6.25참전용사가 수적으로 많다는 이유로 적당히 생색만 내고 빨리 죽기를 바라는 보훈정책이 아니고 무엇인가. 참전용사들은 조직적으로 뭉쳐 저항할 힘도 능력도 없다. 그들이 말이 없다고 해서, 길거리 시위를 않는다고 해서, 분신자살을 하지 않는다고 해서 불만이 없는 줄 안다면 큰 오산이다.

특히 참전용사들을 서글프게 하는 것은 전후세대 국민들의 관심과 배려가 없다는데 있다. 대한민국을 사지(死地)에서 구하고 살아남은 참전용사들을 하찮고 귀찮은 존재로 생각하거나 세금 축내고 부양해야 하는 존재로 생각하고 여론을 몰아가고 있으니, 이것이 오히려 참전용사들의 가슴을 더 아프게 하는지도 모른다.

진보적 위치에 서서 민주화를 위해 싸워 이뤄낸 사람들이나 국가의 부름으로 자유민주주의를 위해 싸웠던 참전용사들이나 모두 국가를 위해 봉사하고 희생한 국가 유공자임에는 틀림없다. 진보와 보수를 떠나 모든 사람들은 대한민국의 국민이기에 그들에 대한 평가는 사회적 분위기가 바뀌더라도 공평하게 이뤄져야 한다.

이제 시간이 너무 없다. 80세 이후 참전용사들이 살면 얼마나 더 살겠는가. 살아 있을 때 국가가 나서, 국민이 나서서 그들을 보살피고 봉양해야 한다. 제주 4.3, 광주 5.18 희생자들의 죽음이 정치적 희생자라 해서 특별법으로 보상해주면서 국가의 명령에 헌신하고 희생된 참전용사에게는 왜 특별보상을 못해 주는가.

미래의 대한민국이 위기에 처했을 때, 나라를 지키고 구국에 길에 젊은이들이 자발적으로 위국헌신의 길로 나오게 하기 위해서는 지난 참전용사들의 공헌과 희생을 본받도록 해야 한다. 국민 모두가 보훈정신을 가슴깊이 되새겨 생활 속에 보훈을 실천하는 공동체 정신을 발휘할 때이다. 20대 국회가 출범한 시점에서 국민적 역량이 모아지기를 기대해 본다.

광주신문  gjilbo200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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