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을 보는 관점에는 여러 유형과 시각이 있을 수 있다. 생물학적인 측면, 직업적 또는 기능적인 측면, 인격적인 측면 등이 그것이다.

그러나 여기서는 직업적 또는 인격적인 측면을 통해 인간의 소비형과 창조형의 두 가지 유형으로 크게 나누어 생각해 보기로 한다.

이러한 직업적 인격적 측면이라는 것도 어디까지나 상대치를 뜻하는 것이지 절대적인 것이 될 수 없음은 물론이다.

다만 우리가 이 소비형과 창조형의 두 유형에 대하여 특징을 살펴봄으로서 그 사람의 성격과 윤곽을 뚜렷이 파악할 수 있으리라.

흔히 소비형이란 소비성향적 특징을 지닌 사람으로서 내용보다는 형식에 흐르기 쉬운 사람을 가르킨다. 때문에 이런 유형은 정신면에서 창조적이기 보다는 기계적이거나 소모적인 성향이 두드러진 사람이다.

반대로 창조형이란 어떤 형식보다는 정신의 가치에 치중하는 전향적인 인간의 형태를 들 수 있다.

소비형의 사람이 대체로 허례허식을 중히 여기고 기성관념에 안주하는 형식주의에 빠지는 것을 흔히 본다.

반면에 정신의 가치에 창조형의 사람은 독자적인 정신세계를 쫓다보니 자칫 기성의 질서를 벗어나기 쉽고, 개성탓으로 해서 소외감을 맛보게도 된다.

지난날을 되돌아 볼 때, 우리의 역사는 어떠했는가. 이조 오백년을 지배했던 왕조사회는 유교를 국교로 섬긴 봉건체제 사회였다.

유교의 뿌리를 이루는 정신은 곧 충효의 사상이다.

‘이 몸이 죽고 죽어 일 백번 고쳐 죽어 백골이 진토 되어 넋이라도 있고 없고 님 향한 일편단심이야 가실 줄이 있으랴’

이 시조는 유명한 포은 정몽주의 절구이거니와 충절의 사상이 뼈속까지 스며 있음을 엿볼 수 있다.

무릇 왕권이란 절대적인 가치의 존재하는 권좌, 바로 그것이다.

이러한 봉건적이 폐쇄사회는 곧 기성의 형식만을 따르는 인간의 유형을 길러낼 따름이다.

이른바 사(士) 농(農) 공(工) 상(商)의 사상은 이조 봉건사회가 얼마나 형식위조의 폐쇄사회인가를 알게 해 주는 좋은 본보기이다.

과거제도가 크게 펼쳐진 것도 이 시대의 특징가운데 하나이다. 당시 민족혼을 창조한 예술의 큰 별들이 기껏 환쟁이, 풍각쟁이, 접장 정도의 대우를 받은 것도 당시 사회에서는 오히려 이상할 것이 없었다.

앞에 인용한 사(士)만 하더라도 선비나 벼슬자리를 말하는 것이지 접장이나 예술가를 지칭하는 것이 아니다.

이 시대가 낳은 해학 시인 김삿갓(金炳淵)의 자취를 돌이켜 볼 것도 없이 묵객이나 접장따위는 이 사농공상(士農工商)의 윗자리 계급에 감히 끼지 못했던 것이다.

오늘날 추앙받는 국보급 문화재들은 이조사회에 갖은 천대와 괄시 속에서 뼈를 깍고 살을 에는 고통을 이겨낸 불후의 예술가들에 의해 창조된 것임을 잊어서는 안된다.

피카소의 에피소드 한토막이 생각난다.

어떤 나라의 대통령이 정무를 보러 파리에 들르게 되자 일을 마치고 귀국하려던 차에 피카소옹에게 면회 신청을 한 일이 있었다. 그의 비서가 이 사실을 피카소옹에게 알리자 “아, 안됐지만 말야, 내가 지금 제작중이어서 그 면회는 취소를 시켜주게나” 피카소옹의 이 한마디로도 우리는 한 예술가의 작업이 어떤 것임을 가르쳐주고도 남음이 있다.

우리의 관념으로 한번 생각해 보자.

피카소옹에게 면회신청을 한 그가 비록 군소국가의 대통령이었다 하더라도 그 권위가 있지않은가.

그러한 대통령이 잠깐면회를 요구한 그 짧은 시간조차도 한 고귀한 예술적 창조의 시간에 비하면 오히려 덜하다고 생각하는 창조의 혼. 바로 진정한 예술인의 창조의 혼이 아닌가 생각해 본다.

한상준  gjnews@gj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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